9일 낮 문화재청(청장 유홍준) 주재로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에서 '종갓집 맏며느리 초청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저희 문중을 비롯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38개 명문 종가의 맏종부, 차종부 등이 참석하였고, 이 행사는 우리의 전통과 유산을 지켜오는 종부들의 노력을 치하하고, 종갓집 유지와 운영에서 겪는 애로점을 청취해 그 개선안을 찾고자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 신문기사 발췌


9일 낮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 마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전 11시 30분을 넘기면서 중년ㆍ노년 여성 수십명이 다소곳하고 조용한 걸음걸이로 몰려 든다.
양장 한복 등 다양한 옷차림이지만 한사람도 빠짐없이 정숙한 매무새다.
소탈하면서도 지극히 엄격한 모습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명문 종가(宗家)의 맏며느리들이다.
유례 없는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큰 살림꾼들이 대거 한 자리에 모였다.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마련한 '종갓집 맏며느리 초청 간담회' 행사다.
38개 명문 종가의 맏며느리에 종손, 차종부 등이 가세해 모두 65명의 종가 사람들이다.
가볍기만 한 세태 속에서 수백 년 전통의 종가를 돌보고 그 정신을 유지하는 일이 쉬울 리 있을까. 갖은 어려움 속에서 전통문화를 수호하고 있는 종가 맏며느리들을 격려도 하고, 그들의 애로 사항도 들을 요량으로 마련한 행사다.

유 청장이 먼저 입을 연다.
"문화유산에 따로 종목이 없어서 그렇지 종부님들이야 말로 사실상 인간문화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택과 전통문화를 지키는 어려운 삶을 운명적으로 받으들여주시는 것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해주시는 말씀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겠습니다 ."
종부들의 한탄과 건의가 이어진다.
"종가의 개념이 퇴색하면서 종부, 종손의 위상도 추락했습니다.

머지않아 천연 기념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부에서 전문적인 차원의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윤선도 종가 한경난 차종부)
"한옥 유지가 너무 어렵습니다. 문화재라는 이유로 사진 찍고, 신고하고 하다보면 짧아도 1년입니다. 그 동안 기와 위에 비닐 올려 놓으면 보기도 싫고요.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원익 종가 함금자 종부)
30분 남짓 짧은 공식 행사지만 한국의 집엔 오랜만에 경륜과 예절, 중후함이 묻어난다.
수백 년 역사와 전통을 다스리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맏며느리들 아닌가. 종가의 오랜 덕목과 교훈을 몸으로 습득하고 있는 이들이다.
선산 유씨 문절공 유희춘 종가 노혜남 종부(77)는 "예로부터 터를 지키며 청빈하게 살자는 덕목을 지키고 있다"며 "오늘날에도 옛 양반들처럼 낭비하지 않고 터를 지키며 친척끼리 화목하게 잘 지낸다"고 했다.
윤증 종가 김선혜 차종부(48)는 "예절을 중시함으로써 나이 든 사람들을 공경하는 법을 저절로 몸에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에서 '정신'만으로 종가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일두 정여창 종가 신희용 종부(62)는 "많은 미덕이 있지만 지나치게 옛 것에 집착해 현실과 동떨어지는 면도 없잖아 있다"며 "조금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상 처음 한자리에 모인 한국의 명문 종가 맏며느리들은 한국의 집에서 식사를 마친 후 창덕궁으로 모처럼의 나들이를 떠났다.